가장 아껴주어야 할 넷째 부인 paul
옛날, 먼 어떤 나라에 일부다처제의 관습에 따라 네 명의 부인들을 데리고 살았던 부자가 있었답니다.
그 부자는 늘 네 명의 부인들 덕분에 고독이라는 것을 모른 채 건강과 부귀영화를 다 누리며 살았었는데,
그도 인간인지라 마침내는 늙고 병들어 임종을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그러자 갑자기 견딜 수 없는 두려움에 사로잡히게 되었습니다.
무엇보다도 혼자서 저 무한히 깜깜한 세상으로 갈 때의 그 끔찍한 쓸쓸함 때문이었습니다.
그래서 임종의 자리에서 네 명의 부인들을 한 사람 한 사람씩 차례대로 불러
자기와 함께 저 세상에 가지 않겠냐고 간청을 하였습니다.
첫째 부인은 그 말을 듣고는 단도직입적으로
"이렇게 늙도록 당신의 하녀처럼 시중만 들고 살아 온 것도 힘들고 한이 맺혔는데
저 세상까지 같이 가 달라고요? 흥! 말도 안되는 소리 마세요" 하고는 싹 돌아서 방을 나가버렸습니다.
낙담한 그 노인은 하는 수 없이 둘째 부인을 불러 같은 사정을 해 보았습니다.
그랬더니 둘째 부인은
"서방님의 심정 이해하겠어요.
그 동안 함께 산 정을 생각해서라도 당신이 묻힐 장지까지는 꼭 따라갈께요.
하지만 그 이상은 같이 못 가겠어요. 절대로요." 하고 나가버렸습니다.
째 부인이 나가자,
그 노인이 가장 총애하던 셋째 부인이 들어왔습니다.
그녀는 죽어가는 남편이 자기 손을 붙잡고 저 세상까지 동행하자는 말에 눈물을 흘리면서
"여보, 얼마나 고통스럽겠어요.
함께 가겠어요. 무덤 속까지는 당신과 함께 가겠어요.
그러나 거기까지만이고 그 이상은 안돼요." 하며 흐느끼며 방을 나갔습니다.
마지막으로 넷째 부인이 들어왔습니다.
병석의 노인은 이 넷째 부인에게는 그런 사정을 하기에는 너무 미안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사는 동안 자기가 가장 소홀히하고 제대로 보살피지 않았던 늙은 부인이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래도 마지막 용기를 내어 사후 동행을 간청했습니다.
그랬더니 그렇게 홀대받아 온 넷째부인은 놀랍게도 아주 당연하다는 듯이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 네, 그럼은요. 염려마세요, 서방님.
좋던 싫던 제 서방님인데 어딘들 못 쫒아가겠어요.
저 세상 끝까지 서방님을 따라갈께요"
그녀는 마치 강뚝에 앉아 흐르는 강물을 보는 여인처럼 물끄러미 자기 남편을 바라보더니
조용히 방을 나갔습니다. 노인도 마지막 한 숨을 깊이 쉬고는 조용히 눈을 감았습니다.
이 우화 속의 네 부인들은 각기 사람 모두가 지니고 사는 것들을 상징한 것들입니다.
주인이 죽음에 임하자 매몰차게 돌아서 나간 첫째 부인은 모든 재산과 지위, 명성 등의 소유물들을 뜻합니다.
다 놓고 떠나는 것들이지요.
장지까지는 꼭 따라가겠다는 둘째 부인은 우리 각자의 가족과 친지들입니다. 거기서 장례에 참석했던 사람들은 모두 돌아갑니다.
무덤 속까지 함께 가겠다는 셋째 부인은 우리 각자의 몸뚱이입니다. 거기서 몸뚱이는 영영 사라집니다.
좋던 싫던 자기 남편을 따라 저 세상 끝까지 따라가겠다는 넷째 부인은 우리 각자의 마음을 가리킵니다.
우리네 범인들은 사는 동안 자기의 소유물, 가족친지, 그리고 몸뚱이를 위해서는 온갖 수고와 근심 걱정을 하지만
정작 자기 마음을 깨끗히 하고 아름답게 가꾸는 데에는 아주 소홀하지요.
그런데 우리 각자가 죽으면 저 세상 끝까지 운명적으로 동행하는 유일한 부인이 바로 자기 마음이라는 것이지요.
그러니 사는 동안 무엇보다도 잘 보살펴 깨끗히 하고 사랑해야 할 대상이 바로 우리 각자의 넷째 부인, 곧 마음이라는 이야기입니다.
우리가 죽으면 저 세상의 어디로 가는지는 누가 안내할까요? ...........틀림없이 그 마음이겠지요?
행복하여라, 마음이 깨끗한 사람들! 그들은 하느님을 볼 것이다. (마태 5: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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