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싸움 paul
* 부부싸움 없이 사는 집은 없을 것 같다. 많게건 적게건 서로 짜증내고, 말싸움하고, 한동안 서로 말도 않하고, 심지어는 고성이 오가다 마침내 물건까지 내 던지고, 그래도 안 풀리면 문을 박차고 나가버리고.....아이들 보기가 부끄럽지만 일단 싸움이 일어나면 어쩔 수 없다. 해서 당사자들 뿐 아니라 아이들도 숨을 죽이고 긴장과 고통을 겪게 된다.
* 시일이 지난 뒤에 그 부부싸움 사연을 들어보면 발단은 대개 사소한 문제다. 이를테면, 한쪽에서 뭔가 간단한 일 좀 해달라 했더니 상대방이 그것을 아예 무시하거나 못마땅한 태도로 응했다던가, 별 것도 아닌 어떤 문제를 가지고 서로 시비하다가 자존심의 상처를 받게 되었다던가, 또는 그 동안 꾹 참고 벼르고 있던 차에 마침내 뇌관이 터졌다던가.....등등이다.
* 부부싸움은 거의 누구나가 겪는 가정생활의 일부분이다. 알게 모르게 늘 자신과도 갈등하면서 싸워가며 사는 게 보통사람인데, 남남끼리 만나 살면서 항상 평화롭고 조화롭게 살기란 힘든 일이다. 따라서 어쩌다 부부싸움을 했다 해서 반드시 자신들이나 아이들에게 심각한 죄책감까지 느낄 필요는 없다. 적어도 부부싸움의 경험을 인간적 성숙의 밑거름으로 활용하는 한 그렇다.
* 부부싸움에는 잠재적으로 위험한 함정이 있다. 싸운 뒤 서로 빨리 긴장, 미움, 화를 풀지 못하고 오랜동안 꾸물거리는 마음의 습성이 그것이다. 쉽게 마음의 매듭과 옹이를 풀지 않는 꽁한 마음이다. 자존심이 강하거나 자존심의 상처를 많이 받은 사람일수록, 또는 알게 모르게 남의 평가에 예민한 사람일수록 그런 마음의 희생자가 되기 쉽다. 피차 고통만 더욱 연장시키고 확대시킬 뿐이다.
* 부부싸움과 관련하여 어른들이 어린아이들로부터 꼭 배워야 할 교훈이 있다. 어린아이들은 자기들끼리 싸웠어도, 부모에게 눈물 나도록 야단맞았어도, 하룻밤만 자고나면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정상으로 돌아온다. 그리고 다시 새롭고 평화로운 하루를 시작한다. 어린 아이들이 사랑스럽게 느껴지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그래서 아이들은 여러 면에서 미숙해도 사랑을 받는다.
* 이런 어린아이들의 마음은 바닷가 모래밭 같다. 그 위에 그어진 어떤 선도 하루 밤만 지나면 밀물 썰물에 다 지워지고 만다. 그러나 마른 땅에 그어 놓은 선은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나야 없어진다. 그것은 자기중심적인 집착 곧 자존심으로 경직된 어른들의 마음과도 같다. 그런 마음의 경직성은 늙어갈수록 심해지기 쉽고, 자신과 주변사람들이 겪는 고통에 대한 감각이 무딜수록 심해지기 쉽다. 꽁꽁 얼어붙은 마음, 곧 ‘꽁한 마음’이 그것이다. 가장 지독한 우매함은 죽을 때까지 미움을 품고 사는 일이다. 그것은 마치 바위위에 끌로 파 놓은 선과도 같다.
* 부부싸움을 하더라도 그 마음은 바닷가 모래밭 같아야 한다. 하룻밤만 자고나면 새 것이 되어야 한다. 현실을 있는 그대로(the reality as it is) 받아들이면서 기도를 통해서 자기 마음이 그렇게 되도록 꾸준히 연습해야 한다. 그래야 부부싸움을 해도 심각하게 골이 파이지 않을 것이고, 화를 못 풀고 서로 고통스러워하는 시간이 점차 줄어들게 될 것이다.
* 여하튼, 부부싸움 때문에 마음에 그어졌던 미움의 선들은, 바닷가 모래밭 같은 어린아이 마음처럼, 하룻밤 자고나면 깨끗이 씻겨 나가도록 늘 기도로 자신의 마음을 챙기는 주의집중력과 지혜, 그리고 꾸준한 반복 연습이 꼭 필요하다. 사람은 늙어갈수록 마음이 참나무처럼, 바위처럼 굳어지기 쉬우니 서운함이 일어났어도 금방 흘려보내던 어린아이 시절 그 마음의 고향으로 되돌아 가야 한다. 무엇보다도 자기 마음의 평화를 위해서 말이다. 그렇게 계속 연습을 하면 점차 칼로 물베기 식의 부부싸움이 되고 말 것이다.
* “칼로 물베기 식의 부부싸움”----그것이 부부생활의 여러가지 부침(ups and downs)에도 불구하고 지금 여기(here and now)에서 행복한 삶을 만들어가는 지혜로운 이들의 부부싸움이다.
* 형제자매 여러분, 우리 모두 어쩌다 설령 부부싸움을 하더라도 마음의 매듭을 빨리 푸는 사람이 복있는 사람임을 명심하고 평화롭고, 조화롭고, 행복하기를.......
행복하여라, 평화를 이루는 사람들!
그들은 하느님의 자녀라 불릴 것이다.
-마태 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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